문화 비평

영화 ‘영웅’, 벌써 ‘아바타’에 밀리긴 아쉬운 감동 뮤지컬.. 김고은의 ‘재재발견’, 열연과 가창력에 감탄

리코리 2022. 12. 2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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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뜨거웠던 삶을 그린 영화 ‘영웅’. 천만 영화 ‘해운대’, ‘국제시장’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이 2012년 뮤지컬 ‘영웅’을 본 뒤 감동하여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뮤지컬 무대의 감동이 화면 속으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가족들을 남겨둔 채 고향을 떠나온 대한제국 의병대장 안중근(정성화)은 동지들과 함께 네 번째 손가락을 자르는 단지동맹으로 조국 독립의 결의를 다진다. 안중근은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오랜 동지들과 거사를 준비한다. 한편 가상의 인물인 설희(김고은)는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이토 히로부미에게 접근해 목숨을 걸고 정보를 수집하여 긴밀히 전달한다.

스토리는 탄탄하게 이어지면서도 코믹과 감동을 적절히 섞었고, 노래들은 유명한 넘버들답게 훌륭하고 감동적이었다. 뮤지컬 ‘영웅’을 본 적은 없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열창은 무대 위의 열정 못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떼창의 감동은 크게 다가왔다. 배우들 역시도 실제로 떼창을 부르며 현장에서의 느꼈을 벅찬 감정이 화면 밖으로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음악, 감동을 극대화 시키거나 몰입을 방해하거나


뮤지컬 영화에는 큰 숙제가 있다. 실제 뮤지컬과는 달리 영화에선 배우들이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며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이렇게 진지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

나는 이 부분에서 영화 ‘영웅’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배우들이 노래를 시작할 때 어색하거나 오글거리는 감정이 전혀 들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노래로 이어지며 극의 감정을 더욱 증폭시켰다.

몇몇 관객들은 이 영화에 대해 ‘눈물샘을 억지로 자극한다’, ‘과한 신파다’라는 혹평을 하기도 하는데, 나는 노래의 효과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단순히 표정 한번, 대사 한번으로 멈췄을 극 중 인물들의 감정이 노래로서 증폭되며 슬픔이든 기쁨이든 감정의 깊이를 더 깊고 크게 연출 된 것 같다.

하지만 극 중 배우가 고문을 받다 죽어가는 장면, 총에 맞아 죽어가는 장면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몰입을 방해한 면이 없지 않았다.

정성화의 아쉬움-김고은의 ‘재재발견’


개인적으로는 정성화의 안중근을 닮고자한 과한 분장과 표정이 조금 아쉬웠다. 뮤지컬보다는 분명 분장을 덜 하고, 연기의 힘도 덜어내기 위해 노력했겠지만, 뮤지컬 무대에서 13년 간 안중근 연기를 했던 그 힘이 다 빠지진 않은 듯한 느낌이었다. 노래 실력이야 두말하면 입 아프다. 정확하면서도 울림이 큰 가창력, 가사 전달력과 감정 표현 모든 게 완벽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기대가 그리 크지 않았던 김고은의 연기와 노래 실력이다. 연기력이야 이미 알고 있음에도 다시 한번 놀랐고, 그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고 싶은 욕구를 꾹 참아야했을 정도다. 내게는 가히 김고은의 ‘재재발견’이라 할만 했다.

뮤지컬 영화로서 ‘라라랜드’나 ‘레미제라블’, ‘맘마미아’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국내 뮤지컬 영화로서 앞날이 매우 기대되는 성공적인 영화였다.

뮤지컬 영화라는 것을 차치하고라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게 봤던 영화 ‘영웅’. 이미 개봉 8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인기를 얻었지만, 아직도 ‘아바타’에 밀리긴 너무 아쉽다.

사진| 영화 ‘영웅’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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