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비평

[책 추천] '학폭' 더글로리 열풍.. 내 아이가 때리는 아이라면?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리코리 2023. 2. 10. 16:51
반응형
넷플릭스 시리즈 '더글로리' 공식 포스터


'학교 폭력'을 주제로한 넷플릭스 시리즈 '더글로리' 열풍이 뜨겁다. 학교폭력이 중대한 사회적 문제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끔찍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처절하게 망가뜨리는 일인지는 '더글로리'를 보며 더욱 살갗으로 느껴졌다.

'더글로리'의 극본을 맡은 김은숙 작가는 자신의 딸이 한 질문에 이 시리즈를 기획하게 됐다고 기획 배경을 밝힌 바 있다. 그 질문은 바로 "내가 죽도록 누굴 때리면 더 가슴 아플 것 같아? 아님 내가 죽도록 맞고오면 더 가슴 아플 것 같아?"라는 물음이었다. 내 자식이 피해자여도 가슴 찢어지게 아플 것 같지만, 가해자여도 똑같이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이 책의 짧고 굵은 제목 한줄에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를 바르게 키우려고 노력하는 엄마들이라면, 평소에 이런 상상을 잘 안하지 않을까. '문제 있는 집 자식들이나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자식들이 가해자가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이 책 제목이 더 충격이었던 것 같다. 가해자의 엄마라니…

제목 아래에 적힌 책 내용에 대한 설명은 더 놀라웠다. '콜럼바인고등학교 총격 사건 가해자의 엄마가 16년간 묻고 또 물으며 쓴 책. 평범하고 사랑스런 내 아들은 어떻게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을까?'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난 글쓴이의 아들, 딜런.

글쓴이와 남편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다정하고 관심이 많은 적극적인 부모였고, 딜런은 에너지가 넘치고 애정이 많은 아이었다. 부모를 힘들게 하거나 속을 썩인 적이 없어 우리 부부는 딜런을 '햇살'이라고 불렀다. 어느 누구에게 위험을 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아이. 그 아이가 왜 그렇게 끔찍한 총격 살인 사건의 가해자가 되었을까.


총격 사건이 있은 후 글쓴이는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온갖 종류의 비난을 들어야했다. 부모로서 너무 허용적이었다는 비판, 반대로 너무 엄겼했다는 비판도 들었다. 총기에 대해 너무 엄격했기 때문에 딜런이 총에 신비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추측. 그 외에도 딜런을 학대하지는 않았는지, 다른 사람이 학대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았는지, 평소에 안아주기는 했는지, 사랑한다고는 했는지 묻는 사람들.

물론 글쓴이는 사건이 있기 직전까지도 아들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꼭 안아주곤 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대체 이런 비극이 왜 일어났을까, 궁금해하며 어떤 실마리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해 책을 읽어나갔다. 내가 처음 딜런에 대해 우려했던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딜런은 형 바이런과는 달리 무척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았다. 특히 실패를 하거나, 망신을 당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자신이 넘어진 것에 대해 사람들이 웃으면 불같이 화를 내고 화가 풀릴 때까지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이런 모욕감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는 것 같았다.

이처럼 강한 자의식과 내성적인 성격이 조금 위험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추측했다. 꽁꽁 감춰둔 강한 모욕감들이 나중에 어떻게 표출이 될지, 또 내성적이기 때문에 부모에게 숨기는 것도 점점 많아지리라 생각했다. 내 예상이 조금은 맞았다. 딜런은 부모에게 조금씩 숨기는 것들이 생겼다. 하지만 이런 청소년들은 너무나 많기에 특별한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친구였다. 딜런이 만나지 말았어야할 친구 에릭.


에릭의 사이코패스적 성향과 딜런의 우울증, 의존적 성향. 에릭과 딜런은 서로가 가진 부정적 감정을 증폭시켜주고, 더욱 과감해지도록 만들었다.

총격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가해자 아이에게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 행동들을 조금씩 하고 있었고, 또 우울증이 심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의 문제 행동과 성향을 고쳐주기 위해 노력해나가고 있었다.

한 개인으로서 가진 특정한 성격, 그리고 부모에게 숨기는 아이만의 비밀, 예기치 않게 찾아온 우울증. 그리고 친구를 만나며 발생한 나쁜 작용들.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어나가며 '부모가 어떻게 다르게 처신했다고 과연 달라질 수 있는 일이었을까'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책에서도 마지막 부분에 그렇게 이야기한다.

그렇게 키웠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학살에 가담했다고.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고, 질병을 막을 순 없다.
아무리 대비를 한다해도 모든 재난을 막을 수 없다.

물론 방관이나 잘못된 방향성을 지닌 양육에 대해서는 비난을 받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최선을 다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난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반응형